여러 요소가 모여 완성된 종합 미디어 콘텐츠 ‘게임’. 그 안에서 음악의 역할은 영화에 비유하자면 엑스트라에 가깝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작품을 보조하는 역할. 상당수의 게임이 이런 문법을 적용하고 있다.
유저들이 받아들이는 감각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테마로 한 작품이거나 장르가 리듬 게임인 경우가 아니고서야 음악은 그저 게임을 구성하는 수많은 재료 중 하나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애초에 본래 역할이 그러하니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심지어 게임을 플레이할 때 BGM을 끄고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는 경우도 흔하지 않던가?
그러나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는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과감할 정도로 높였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존재감을 뽐내며 장면의 몰입감을 끌어올리고 깊은 여운을 만들어간다. 역으로 음악을 돋보이게 만드는 연출도 함께 자리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공동 주연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퀄리티는 두말할 것 없다. 여기에 더해 게임 내에서 전체 음악의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작업물을 공유하며, 음악 사이트에서 OST를 제공하는 등 다방면으로 유저와의 접점을 늘려 가고 있다.
새로운 시즌이나 이벤트가 시작되면 앨범 하나 분에 달하는 음악이 추가된다. 테마곡으로 보컬곡을 채용하는 빈도도 타 게임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귀를 즐겁게 만드는 요소들이 계속 더해지니 유저 입장에서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임 외의 채널에서 음악을 찾아 듣는 것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니케>이기에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사실도 그리 특이한 인상은 아니었다. ‘슬슬 할 때가 됐지’ 라거나 ‘올 것이 왔다’라는 느낌이다.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하긴 하다. 게임 음악 콘서트라는 게 아직까지는 그리 드문 행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니케>에서는 당연히 할 것이라 여기고 있었으니, 그만큼 음악의 존재감이 컸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 중심에는 <니케>의 ‘주종현’ 사운드 디렉터가 있다. 팬들에게는 ‘Lunatic Sounds’ 혹은 ‘Cosmograph’라는 활동명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EZ2AC’, 펌프 잇 업’ ‘DJMAX’ 등 유명한 리듬 게임 다수에 참여하며 실력을 증명한 그는 2021년 <니케>의 총괄 사운드 디렉터를 맡으며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강렬한 음악성과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을 선보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타카키 히로시‘ 음악 감독이 오케스트라 콘서트의 편곡과 지휘를 맡았다. 이번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는 <니케>의 메인 테마곡 ’WE RISE’를 비롯한 다양한 BGM을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편곡해서 선보인다.
콘서트를 하루 앞둔 2월 14일, 팬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그 장소에서 오케스트라 콘서트 ‘MELODIES OF VICTORY’의 두 주역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좌)주종현 사운드 디렉터 / (우)타카기 히로시 음악 감독
Q. 니케의 음악은 장르가 다양하다. 보컬이 핵심인 곡도 많고 밴드 스타일 곡도 있는데 이번 콘서트의 세트 리스트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는가?
· 주종현 : 이번에는 전체 세트 리스트의 서사를 그리는 데 집중하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유저들이 많이 좋아하는 보스곡을 많이 편성하지 못했다. 아쉽긴 한데 언젠가 다른 자리를 통해 선보일 기회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Q. 편곡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 타카기 : 확실히 보컬곡도 있고 락 장르도 있다 보니 이런 곡들을 편곡을 통해 오케스트라 스타일로 잘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여러 악기를 사용해 멜로디를 만들어간다는 점이 이번 연주에서 가장 특별한 부분이 아닐지 생각한다.
Q. 일본에서 먼저 공연을 했었는데 이번 한국 공연에서 달라진 점이 있는가?
· 타카기 : 기본적으로는 동일하다. 한국에서 이번 콘서트에 대해 열광적인 반응이 많다고 들었기에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굉장히 궁금하다.
· 주종현 : 타카기 감독의 말씀대로 기본적인 구성은 같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렇게 큰 무대에 서 본 건 지난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처음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인 만큼 저번 보다는 좀 덜 떨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세트리스트는 어떤 기준으로 순서를 정한 건가?
· 주종현 : 기본적으로는 콘텐츠를 출시한 순서이긴 하지만, 여기에 추가로 게임 내 타임라인 순서대로 배열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쪽으로도 시도했다. 실제 스토리 내 시간순으로 배열해서 현재의 <니케>에 도달하기까지의 타임라인을 음악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Q. 이번 공연에서 유저들이 집중해 주길 바라는 포인트가 있는가?
· 주종현 : 유저들이 <니케>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스토리다. 그래서 스토리를 플레이했을 때의 감정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리고 싶었다. 시간 순서대로 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 밖에도 선곡 순서라거나 콘서트의 전체적인 내용 안에서 스토리텔링을 보여드리려고 많이 준비했다.
· 타카기 : 이번 콘서트는 밴드와 오케스트라가 합쳐진 독특한 공연이다. 각 장르의 팬들에게는 생소한 느낌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를 통해 이 두 가지가 합쳐진 공연이 얼마나 멋진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Q. 2시간짜리 공연이다. 팬들이 긴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 주종현 : 공연을 직접 들어보기 전까지는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니케>의 음악 스타일이 갖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오케스트라와 밴드라는 독특한 조합이 유저들의 몰입감을 높여줄 수 있을 듯하다.
· 타카기 : 연주 사이사이에 영상도 준비돼 있다. 음악만 계속 듣는 게 아니기 때문에 2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게임에서 외부 음악 공연이 많아진 편이다. 그 사이에서 <니케>의 공연이 갖는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앞으로 이런 게임 음악 공연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관련자로서의 견해를 묻고 싶다.
· 주종현 : 유저들이 이 자리에서 무언가를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작곡가 이전에 게임 개발자로 활동하면서 굉장히 많은 작품에 영감을 받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공연도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유저들의 기억에 남을까? 이번에는 그에 대한 답으로 서사를 준비했다. 이를 전달하는 데 준비를 많이 했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 타카기 :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음악을 이용한 콘서트의 비중이 늘어났다고 느껴진다.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 그 시간 동안 음악도 같이 듣고 있지 않나? 그런 만큼 음악에 대한 애정도 커진다고 본다. 그런 유저들의 성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꾸준히 콘서트가 늘어나지 않을까 예상한다.
Q. 타카기 감독은 지금까지 일본 작품 위주로 활동했었는데 이번에 <니케>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타카기 : 일본 작품을 편곡하고 지휘한 경험은 많았으나 해외 작품은 없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니케>를 맡게 됐다. 이 오퍼를 받았을 때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일이었고 해외에서 공연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기쁘게 받아들였다.
· 주종현 : 편곡 과정에서 자료를 많이 받아봤다. <니케>는 음악의 장르가 다양하다 보니 이것들을 오케스트라와 벤드 톤으로 잘 융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타카기 감독이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연락을 드렸다.
· 타카기 : 지난 요코하마 콘서트가 끝난 후 ‘스마트폰으로만 듣던 음악을 처음으로 라이브로 들었는데 굉장히 기뻤다’라는 감상이 많았다. 내일 공연에 와주신 분들도 그런 기쁨을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게 SNS로 감상을 남겨주셨으면 좋겠다.
Q. 본인이 작곡한 곡이 오케스트라 무대에 나서게 됐는데 감회가 어떤가?
· 주종현 : 오케스트라 공연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는 게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유형석 디렉터도 꿈이 하나 이루어졌다고 말하더라. 작곡가로서 오케스트라 공연에 참여한다는 건 정말 높은 곳에 있는 영역이어서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그걸 눈앞에서 보게 되니 굉장히 많은 영감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제 음악을 새롭게 연주해 주시는 연주자들과 만난 것도 굉장히 기뻤다.
Q. 타카기 감독은 편곡 전 음악을, 주종현 디렉터는 편곡 후의 음악을 들었을 때의 소감이 어땠는가?
· 주종현 : 편곡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정말 많은 요구가 있었는데, 원곡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내주신 덕분에 데모가 도착할 때마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공연 리허설을 본 순간 데모 음원을 들었을 때 이상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 타카기 : <니케>의 음악은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이 있다. 모든 곡이 감동적이고 멜로디가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음원을 듣게 되어 기뻤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더 클라이언 콜’이라는 곡이었는데, 음악도 좋고 가수가 부르는 노래도 좋은 느낌이었다.
Q. 타카기 감독은 토에이에서 다양한 작품으로 활동한 적이 있지 않나? 특히 루팡 레인저의 편곡이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작업한 곡이 있는가?
· 타카기 : 하나의 멜로디에 새로운 멜로디가 들어가면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말씀하신 루팡 레인저도 그런 콘셉트에서 진행한 작품이다. 이번 밴드곡의 경우에도 그런게 하면 더 좋은 곡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편곡을 진행했다.
Q. 이런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진행할 때 게임사 차원에서 유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을까?
· 주종현 : 이번에는 1.5주년 콘텐츠의 음악까지로 구성돼 있다. 개발팀에 속해있는 입장에서 이 1년 반은 굉장히 빨리 흘러간 시간이었다. 지난 내용들을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면서 유저들도 이전 플레이의 기억과 좋은 추억을 되새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다.
· 타카기 : 이번 공연은 상상 이상으로 박력이 있다. 콘서트가 끝난 후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감동을 느끼고 <니케>를 더 좋아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니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왔을 테니 더욱 좋아질 것이다.
· 주종현 : 이번 콘서트를 통해 화면을 넘어서는 웅장한 현장감과 거기서 오는 감동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Q. 오케스트라 콘서트의 키 비주얼에 등장하는 7명의 니케는 주종현 디렉터의 취향도 반영해서 선정한 건가? 그중에서 특별히 인상 깊은 니케가 있는가?
· 주종현 : 키 비주얼 제작은 아트팀에서 진행했기에 딱히 제 취향이 반영된 건 아니다. 이 중에서는 크라운이 인상에 남는다. 게임 내에서 굉장히 든든한 서포트 포지션으로 활약하는데, 그에 걸맞은 악기를 들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사실 캐릭터들이 다 이뻐서 굿즈가 탐나기는 한데, 유저들이 못 가져갈까 봐 꾹 참고 있다.
Q. 오케스트라에 ‘더 클라리온 콜’같은 보컬곡을 섞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작업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가?
· 주종현 : PERNELLE님은 본래 ‘더 클라리온 콜’의 보컬을 담당하고 있었다. 니케 런칭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그분의 작업물을 많이 체크하고 있었다. 그분의 음색이 웅장한 느낌을 담기에 좋다고 생각했고, 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긴밀하게 이야기를 해왔다.
제작 과정에서는 크라운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설명하고 콘셉트에 맞춰 보컬에 우아한 느낌의 연기를 녹여내도록 요구한 적도 있었다. 현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타카기 감독이 많이 고민해 주셨다.
· 타카기 : 원곡이 워낙 좋다 보니 원곡의 느낌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편곡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Q. <니케>를 좋아하는 유저들 중 상당수가 이런 오케스트라 콘서트 경험이 없을 듯하다. 콘서트를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 주종현 : 그 부분은 치밀하게 준비했다. 공연 시작 전부터 어떻게 즐기면 될지 가이드를 해드린다. 요코하마 콘서트에서도 똑같이 준비했었다. 특히 타카기 감독이 잘 준비해 주셨는데, 이 자리에서 설명해버리면 스포일러가 되어버린다. 준비된 대로 따라오시면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다고만 말씀드리겠다.
· 타카기 : 오케스트라 공연을 많이 들어보지 않은 분들도 공연을 즐길 수 있게 꾸몄다. 공연이 좋으면 평범하게 박수를 치거나 호응해 주시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이번 콘서트의 반응이 좋으면 판을 더 키워볼 계획이 있는가? 한국은 예술의 전당, 일본은 산토리 홀 같은 곳에서 공연을 하면 정말 큰 이슈가 될 것 같은데.
· 주종현 : 향후 콘서트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긴 어렵다. 다만, 말씀해 주신 곳에서 공연하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인 만큼, 더 좋은 곡들을 열심히 써서 언젠가 그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나가겠다.
Q. 마지막으로 <니케>를 좋아하고 이번 콘서트를 기대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주종현 : 콘텐츠 제작자의 관점에서 유저들이 즐겨주는 것 만큼 감사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늘 그래왔듯 유저들의 호응과 기대를 에너지로 삼아 멋진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 늘 감사드린다.
· 타카기 : 한국에 <니케> 팬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들을 위해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 <니케> 많이 사랑해 주시고, 내일 공연도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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