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느닷없이 ‘크래프톤’이 이 논란에 뛰어들었습니다. 2023년 8월 24일,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IP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크래프톤 측은 ‘사법적 판단은 제삼자로서 지켜보고 존중할 것이며,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분쟁과는 무관하게 IP 자체의 가치만을 보고 결정한 것’이라 밝혔습니다.
▲ 갑작스럽게 다크앤다커 글로벌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크래프톤
다른 논란들을 제쳐두고 오로지 내용물로만 판단하자면, 다크앤다커는 배틀그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 나갈 가능성이 높은 게임입니다. ‘Project Crawl’, ‘V.O.I.D. - Vexation of Infinite Dungeons’, ‘Dark’ 등, 벌써 10개가 넘는 유사 게임이 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더욱이 다크앤다커는 스팀 출시가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후발 주자들이 역으로 시장을 차지하는 게 가능해진 상황입니다.
본래대로라면 후발주자들은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그런데 ‘던전 탐험형 익스트랙션 RPG’라는 새로운 시장은 먹기 좋게 차려진 밥상만 남겨 놓고 그 주인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누가 됐건 먼저 자리에 앉는 쪽이 이 밥상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 ‘던전 탐험형 익스트랙션 RPG’ 장르는 새로운 트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다크앤다커가 이 장르의 원조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박카스라는 이름이 곧장 피로회복제로 연결되듯, 유저들은 다크앤다커라는 이름에서 던전 탐험형 익스트랙션 RPG라는 장르의 형태를 떠올립니다. 크래프톤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아직 IP의 가치가 남아있을 때 시장을 차지하는 것. 노리는 것은 다크앤다커라는 IP가 아니라, 다크앤다커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시장 그 자체입니다.
마침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AB’가 다크앤다커와 유사한 형태라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지스타2023에서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크래프톤 측은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원작의 이름만 사용했고 △프로젝트AB를 베이스로 해서 모든 리소스를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원작의 핵심 요소만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 중세 배틀그라운드 느낌으로 개발중이던 크래프톤의 ‘프로젝트 AB’
‘원작의 핵심 요소를 구현’했다는 부분은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소송 결과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만, 여기에 대해서도 크래프톤측은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며, 결과에 따라 게임을 수정하는 전략도 마련된 상태’라 답했습니다.
현재 크래프톤의 최대 위협은 빈 왕좌를 차지하고자 우후죽순 몰려드는 아류작들입니다. 소송 결과는 그다음입니다. 만약 넥슨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져 게임을 수정하게 되더라도, 다크앤다커라는 이름까지 금지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그리고 크래프톤이 원하는 건 이 이름입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글로벌 시장 선점에 성공한다면, 판결과는 상관없이 크래프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꽤 던져볼만한 승부수인 것처럼 보입니다.
▲ 무수한 아류작들이 빈 왕좌를 노리고 노리고 있다.
그러나 게임의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한국 게이머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다크앤다커 모바일에 한하지 않고, ‘크래프톤’이라는 이름 그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게임 업계의 시선 역시 곱지 않습니다. 크래프톤이 지스타2023에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출품하는 강수를 두었음에도 여전히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넥슨의 행보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등록순 최신순 댓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