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이면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축약한다면 기형과 쏠림이다. 겉은 규모의 경제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형적인 생태계 탓에 영세한 개발사와 게임은 아사(餓死)하고 있다.
이번 TGS2015의 방문객은 26만 8,446명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치에 불과할 뿐 콘솔 위주 재편에서 PC와 스마트 폰, VR, 인디게임까지 가세하며, 내용 면에서는 풍성하게 수확한 수치다.
특히 일본의 스마트 폰 게임 시장의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TGS2015는 재앙이었다. 그 재앙의 희생양은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한때 일본 게임 시장을 갈라파고스라 부르며, 진화와 발전이 없는 자기 복제만 가득한 시장이라 불렀다. 더욱 고사양 스마트 폰의 보급까지 이어지며, 이러한 현상이 다시 재현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TGS2015는 갈라파고스 현상이 아닌 웜홀의 원리처럼 빠르게 대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캡콤의 역전재판6과 몬스터헌터, 반다이남코의 건담과 원피스, 코나미의 메기솔,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판타지, 코에이의 삼국지 등 회사와 상징적인 게임의 강세는 여전했다.
IP의 재활용 측면보다 이들은 점차 IP 홀더의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내수는 활발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견고하게 아성을 굳히고, 글로벌은 IP홀더로서 IP를 활용한 사업을 다각적으로 전개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대표적인 예가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다. 이번에 공개된 파이널 판타지 영식 온라인은 중국의 퍼펙트 월드가 공동 개발 형태로 출시될 예정이며, 파이널 판타지 그랜드 마스터즈는 일본의 크루즈와 넥슨이 같은 IP로 2개의 모바일 MMORPG를 개발 중이다.
혹자는 파이널 판타지의 IP를 남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남용도 이러한 가치를 자본의 힘으로 메꿔줄 회사와 거래를 하는 것일 뿐 남용이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더욱 스마트 폰 게임으로 영역을 제한하지 않고, 애니메이션과 소설로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에 단일 모바일 게임으로 126 부스 크기로 참가한 Cygames의 그랑 블루 판타지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참가한 소니의 부스를 위협할 정도였다.
바하무트의 노하우를 학습한 Cygames는 그랑블루 판타지로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소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 글로벌 버전 출시 대신 다국어 언어 지원을 통해 전 세계 유저를 일본 버전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구축한 '표준화'의 위력을 활용, 콘텐츠로 승부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남들이 갈라파고스라고 할 때 정작 그들은 실패 노하우를 체득하며, 내수와 해외 시장의 균형을 재고 있던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한국은 더 이상 흥미로운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각종 기사에서는 "한국 시장은 매력적인 곳이다"라고 치켜세운다. 바로 그 순간부터 타국의 시장 고찰은 물 건너간다.
왜냐하면 '한국의 모바일 게임은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통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한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부터 이미 발전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중국을 산짜이(山寨)라 부르고, 일본을 갈라파고스 현상으로 부를 때 국내는 무엇을 했는가. 단기 성과가 지상 최대 과제였으며, 생존하기 위한 실험은 내동댕이쳤다. 그 결과 중국의 자본과 일본의 IP가 결합할 때 그저 바라본 것이 전부다.
지금 국내 상황이 Cygames의 그랑 블루판타지와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영식 온라인만 보고 설레발치는 기자의 잡념이기를 바랄 뿐이다.
정동진 기자(jdj@mo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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