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초에 출시된 드라이어드의 레기온즈-배틀 포 더 쓰론(해외 서비스 Battle for the Throne).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NHN엔터테인먼트가 2014년에 발굴한 주옥같은 게임이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 장르를 선택, 출발부터 불리한 환경에 처한 신생 개발사의 첫 작품으로 1년이 흐른 지금 당당히 살아남았다. 고작 1년인데 생존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작금의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봇물 터지듯이 등장하는 게임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게임은 정말 독특하거나 독한 존재만 살아남는다. 그래서 레기온즈는 다른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에 오를 내릴 때 한 계단씩 차곡차곡 밟으며, 성장한 작품이다.
1년이 흐른 지금 다시 드라이어드의 서영조 대표를 다시 만났다.
"작년 이맘때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는 13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식구가 20명에 육박한다. 또 평균 연령대로 낮아져 나름 젊은 회사에 속하는 패기도 갖출 수 있게 됐다(웃음)."
웃으면서 가볍게 말하고 있지만, 그에게 1년 전 레기온즈는 반신반의에 가까운 게임이었다. 소위 잘나가는 장르도 아니고,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들도 성공과 거리가 멀었던 게임들이 많았다. 즉 성공보다 실패가 검증된 장르였던 것.
"솔직히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게임을 출시하기 전까지 투자받았던 자금이 줄어들면서 피가 마를 정도였다. 비용을 아끼려고 출시를 앞당길 것인지 아니면 담금질을 해서 제대로 출시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정식 출시 전에 진행했던 3번의 테스트가 없었다면 이러한 고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어 "레기온즈는 최근 등장하는 게임들처럼 사전 등록자가 풍성한 것도 아니었다. 약 7천 명이라는 숫자를 보면서 단 하나만 떠올렸다. 2명이서 힘들게 창업한 시기를 떠올리며, 독하게 간다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 이유는 분명히 언젠가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그의 말처럼 레기온즈는 출시 전에 진행한 테스트나 사전 등록 신청자의 수치를 집계해도 '될성 부른 나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철저히 비주류 장르로 남들이 하지 않는 장르에 도전했을 때 결과는 모 아니면 도다.
"레기온즈는 이질감과 동질감이 공존하는 게임이다.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게임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더라도 게임 내 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 이는 아무리 튜토리얼과 충실한 가이드가 있어도 한계가 존재했다. 개발사로서 무책임한 말일 수 있지만, 게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참 맛을 알 수 없는 게임으로 보일 수 있다."
또 "결론은 정면 돌파였다. 직관적인 게임의 스타일로 승부했으며, 게임의 보상도 기본 원칙에 충실했다. 그 기본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제때 지키지 못한다면 개발사는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유저는 재미없다는 게임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드라이어드는 게임 개발사로서 계속 남고 싶다는 말을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개발사들의 위기를 지켜보며, 남 일 같지 않은 심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개발사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업이다. 이는 의무이자 이 업을 선택한 자들의 짐이다. 그래서 게임을 계속 개발했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이 있다. 말은 쉽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후 옆에서 같이 고생하는 식구들과 함께 오랫동안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소박한 속내를 드러낸 그의 생각과 드라이어드의 도전은 3개월 이후에 결실을 본다.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최고 매출을 달성했으며, 이를 지켜본 드라이어드 식구들은 뭉클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3개월조차 기다리지 못하는 퍼블리셔도 많고, 그 이전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는 회사도 많기 때문이다.
"노래 제목처럼 '정말 다행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3개월 동안 이 악물고 업데이트와 패치에 집중했다. 지금 접속한 유저들을 놓친다면 드라이어드와 레기온즈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으로 덤볐다. 스토어에 등록된 리뷰와 카페에 올라오는 글을 곱씹으며, 댓글과 답변보다 업데이트와 패치로 우리의 뜻을 알렸다."
"말보다 행동이다. 물론 친절한 답변과 유저들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소통은 유저들이 원하는 사항을 우선순위를 정하고 업데이트와 패치로 보답하는 것이다. 목석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 분위기 전환차 레기온즈의 글로벌 서비스에 대해 물었다. 사실 질문부터 조심스러웠다. 개발사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지만, 자칫 국내 서비스에 소홀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서비스는 레기온즈의 신 서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듯하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국내 버전은 테스터도 아니고, 서비스에 소홀할 이유도 없다. 그냥 다 똑같은 유저이며, 절대로 국내 서비스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은 레기온즈 유저들 덕분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드라이어드와 레기온즈도 없다."
이어 "글로벌 서비스를 두고 개발사와 유저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국내 버전은 처음에 기획했던 레기온즈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 굳이 표현한다면 완성형 게임이며, 아직도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다. 분명 국내와 글로벌 버전은 콘텐츠 스펙부터 다르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초심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첫걸음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출시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서비스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레기온즈가 서양 스타일의 게임이라 미국과 유럽을 겨냥했다. 한글을 포함해서 9개 언어의 현지화를 완료했으며, 5개 언어가 추가로 진행 중이다. 유난히 텍스트가 많은 게임이라 번역 작업도 다른 게임의 6배 분량이다. 그래서 우리만의 노하우로 저렴한 비용으로 완벽한 현지화를 진행할 수 있는 인재 덕분에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어 "예상하지 못했던 러시아가 매출 상위권으로 등장했을 때도 놀랐고, 아랍어까지 준비해서 첫 매출이 나왔을 때도 신기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전략 장르 10위권까지 진입했을 때 솔직히 그냥 미소만 나오는 상황을 보며, 자신감도 생겼다. 레기온즈의 홍보 문구 '전쟁이 그리운 당신을 위해'처럼 그들에게 결제할 가치가 있다는 게임이라는 것에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대박과 최고 매출, 1위와 안정. 이러한 표현은 드라이어드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강조한 서영조 대표. 그는 유저들의 사랑과 은혜를 확인, 이를 다시 돌려주는 것이 개발사의 의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게임이 성공했다고 해서 그저 유지와 보수에 그친다면 미래는 없다. 성공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는 유저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는 이상 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져야 한다. 레기온즈가 완벽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꼼꼼히 점검하고, 무엇이 불편한지 계속 살펴야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는 오랫동안 레기온즈를 지켜본 터라 관점부터 관대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업데이트나 이벤트로 접속한 유저라면 '뭐야? 왜 이렇게 변한 거야?'라는 말이 나왔을 때 긍정보다 부정적인 반응이라면 고민해야 한다. 그저 귀찮다고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해서 넘어간다면 무사안일 주의에 빠지기 쉽다. 게임 개발을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 방심하면 끝이다."라고 강조한다.
인터뷰 말미에 차기작에 대해 조심스럽게 묻자 "지금 레기온즈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레기온즈 프리퀄처럼 접근하고 싶은 차기작은 있다."고 살짝 언급했다.
"전혀 다른 세계지만, 레기온즈에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가 등장할 예정이다. 이는 드라이어드 아트팀의 소망이 담겨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할 시기는 아니지만, 레기온즈와 같은 장르이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마지막까지 그는 도전과 성장에 대해서 강조했다.
"항상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없다. 드라이어드를 시작할 때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었던 첫걸음을 시작했다. 게임과 함께 개발팀도 함께 성장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는 유저들도 있다. 앞으로 열정과 도전이라는 밑거름으로 드라이어드는 성장할 것이며, 이러한 다짐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정동진 기자(jdj@mo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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