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파이브는 이나즈마 일레븐 (국내명 썬더 일레븐), 레이튼 교수 시리즈, 요괴워치 등 완성도 높은 게임을 다수 제작해 실력을 인정받는 회사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설명이 필요 없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며, 히사이시 조는 클래식 작곡가로 지브리와 많은 작업을 함께한 거장이다.
지브리는 단순히 작화, 영상뿐만 아니라 지브리의 애니메이션과 같은 퀄리티로 연출하기 위해 게임 전반에 참여했다. 별 의미 없는 건물의 실내라도 실제 사람들이 생활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지브리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였다. 여기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 한 편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하다
2011년 8월, 발매일이 2011년 11월 17일로 결정됐고 곧이어 국내 정식발매 소식이 전해져서 국내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커졌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14일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소식이 전해졌다. 게임물등급위원회 (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에서 미니게임의 형태로 게임머니를 이용하여 블랙잭, 슬럿머신을 즐길 수 있어 사행행위의 모사가 있다고 판단 됨」이라는 사유를 내세워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판정을 내린 것이다.
니노쿠니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에 해당하는 판정을 받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더군다나 같은 해 정식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13-2에서도 슬롯 머신이 등장했지만, 15세 이상 이용가 판정을 받아 유저들은 혼란에 빠졌다.
▲ 문제의 슬롯머신, 게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미니 게임이다.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판정으로 인해 저조한 판매량을 우려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측은 한글화 계획을 철회했고 대신 다양한 혜택을 지급했지만, 판매량은 많지 않았다. 같은 해 한글화된 타이틀이 다수 발매됐다는 점도 니노쿠니의 판매 부진을 가져온 원인이 됐을 것이다.
▲ 초회 한정판에 포함된 ‘매직 마스터 클래식’ 책자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이해할 수 없는 등급 판정은 니노쿠니 뿐만이 아니었다. 2008년 국내에 정식 발매된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펄 기아 또한 슬롯머신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았었다. 연령층이 낮은 유저가 많은 게임의 특성상 부득이하게 슬롯머신 기능을 삭제한 채 다시 심사를 받아 전체 이용가 판정을 받고 출시됐다. 포켓 몬스터의 후속작에서는 슬롯머신 대신 찌리리공 뒤집기로 변경됐다.
사행성 요소에 대한 규제는 엄격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애매한 판정을 내릴 때도 있다. 해외에서 높은 연령 등급을 받은 게임이 국내에서는 낮은 연령의 등급으로 출시된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초차원게임 넵튠 mk2는 북미에서 17세 이상, 일본에서 15세 이상 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12세 이상 이용 가능 판정을 받았다.
▲ 왼쪽이 청소년 이용 불가, 오른쪽이 12세 이상 이용가 등급
등급이 바뀐 것 같다.
게임의 심의는 꼭 필요하지만, 심의의 기준은 공정하고 일정해야 하며,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지브리와 레벨 파이브에서는 따뜻한 분위기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니노쿠니를 제작했다고 한다. 실제 게임 내에서도 폭력적인 연출이나 선정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노쿠니는 슬롯머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게임 속 다양한 콘텐츠 중 단 한 가지를 문제 삼아 게임 전체를 판단해 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 PS4로 제작 중인 니노쿠니2는 무사히(?) 정식 발매되기를 바란다
헝그리앱 이호원 (lhw@monawa.com)
등록순 최신순 댓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