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헝그리앱이 소개한 도베르만 스쿼드의 뉴타입을 위한 RPG 에볼루션. 2차 개발 영상만 공개됐을 뿐 정보가 없었던 터라 막연히 궁금해졌다. 또 최근에 알게 된 정보는 언리얼 엔진 4로 개발 중인 게임이라는 것.
지난해 스튜디오 G9의 액션 RPG '히어로즈 제네시스'도 언리얼 엔진 4로 개발 중인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언리얼 엔진 4라는 야생마를 길들이고 있는 조련사, 도베르만 스쿼드의 조재현 대표를 만났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자연스럽게 도베르만 스쿼드라는 독특한 회사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강한 어감이 주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남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겁도 나지만, 때로는 남들이 가지 못한 길을 걷고 있어 뿌듯함도 느낀다(웃음)."
이들이 모여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뉴타입 RPG 에볼루션. 오픈 월드 지향, 멀티 시나리오 채택, 언리얼 엔진 4, 선과 악으로 명확하게 구분된 퀘스트 분기 등 이전에 선보였던 모바일 RPG와 다른 길이다.
"혹자는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그냥 편하게 가면 안되냐고 도리어 화를 내기도 한다. 이미 이전에 그러한 것을 경험한 적이 많아서 이후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도 알고 있다. 도베르만 스쿼드라는 이름으로 창업했을 때 단순한 스타트업이나 신생업체로 불리기 싫었다. 마지막 모험을 떠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고, 플래그쉽 개발사로 불리기를 바라고 있다."
이어 "애초에 언리얼 엔진 4를 선택했던 것은 철저하게 공부를 하기 위함이었다. 야생마라 불리는 괴물 엔진을 제대로 길들이지 않으면 겉만 화려한 게임으로 비칠 수 있다. 겉만 화려하다는 것은 내실이 없어 개발사 스스로 게임의 수명을 재촉한다는 의미다. 우리도 이러한 고민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엔진 공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멀티 시나리오를 채택한 것은 그저 획일적인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싫어서 선을 그어버린 조재현 대표. 비록 하나의 요소이지만, 기자가 체험한 에볼루션은 기존 모바일 RPG와 다르다 못해 유난히 튀는 구석이 많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게임을 할 때 유저들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즉 물음표를 계속 떠올리며, 당위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눈앞에 있으니까 움직이고 싸우는 것만 반복한다. 이러한 모습은 RPG가 아니다. 그냥 어두운 곳에서 그림자 놀이를 하는 것과 같다. 한 때 유행했던 PC 온라인의 MMORPG 콘텐츠는 모바일에서 간소화라는 말로 흉내만 그치고 있다."
또 "이러한 재미를 기억했던 유저들이 다시 PC 온라인으로 가기엔 할 만한 게임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이 붙잡고 할 수 있는 게임을 자신의 스마트 폰에서 즐길 수 있게 된다면 다시 돌아올까. 바로 이러한 고민에서 에볼루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저 닥치고 사냥하고, 퀘스트할 때 몬스터의 씨가 마를 때까지 몇 천 마리 사냥하는 반복 숙달 퀘스트를 구현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이어 "우리에게 10분만 주어진다면 10분 동안 유저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했다. 실제 에볼루션은 유저의 성향에 따라 퀘스트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방식을 채택했다. 매번 진행할 때마다 같은 보상을 주는 퀘스트는 게임의 몰입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개발을 하는 우리는 힘들겠지만, 유저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캐릭터를 책임질 수 있는 퀘스트 방식을 채택하게 된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에볼루션을 봤을 때 이질감과 동질감이 교차했다. 과연 이 게임을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지 의문이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다. 기자의 표정을 읽었던 것일까. 조대표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결과가 성공과 거리가 멀어도 개발사의 모험과 개발자의 무모한 도전이라고 평가해도 계속 진행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획일적인 스타일의 게임과 재미는 유행을 거스를 수 없다. 그러나 유행이 끝났을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짐 취급이다."
이어 "그래서 힘들더라도 유행이라는 것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끌려 하는 게임보다 이러한 스타일의 게임을 찾고 있었던 유저들에게 우리 게임을 소개하는 것, 이러한 점이 도베르만 스쿼드의 존재 이유다. 남들은 비주류라고 걱정하고 있지만, 글쎄 우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강조한다.
현재 에볼루션은 이른바 퍼블리싱과 소싱을 업으로 삼고 있는 회사들에게 문의가 오고 있다. 평범한 모바일 RPG가 아니라는 것을 일명 전문가 집단이 눈치 챈 것이다. 양산형이 아닌 철저한 플래그쉽 RPG를 표방,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며 실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에볼루션은 이질감과 동질감이 존재한다. 이미 출시된 게임들과 다르다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언리얼 엔진 4로 개발한 도베르만 스쿼드의 RPG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선보일 수 있으며, 이후에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잘 만든 게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개발을 계속 할 것이다."
정동진 기자(jdj@mo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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