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를 맞아 글로벌 게임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대형 퍼블리셔 중심의 AAA 구조가 한계에 봉착하고, 인디와 중형 프로젝트가 시장의 다양성을 이끄는 가운데,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동남아시아 게임 개발사의 약진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게임들은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닌, 판매 성과와 이용자 반응으로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동남아 게임 산업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다. 디지털 해피니스(Digital Happiness)의 ‘드레드아웃(DreadOut)’ 시리즈는 스팀 출시 이후 장기간 판매를 이어가며, 누적 수십만 장 이상 판매된 인도네시아 대표 공포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스트리머와 유튜버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확산 효과가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후속작 ‘드레드아웃 2’ 역시 콘솔로 영역을 확장하며 IP의 생명력을 입증했다.
토게 프로덕션(Toge Productions)의 ‘커피 토크(Coffee Talk)’는 동남아 게임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 흥행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스팀과 콘솔 전반에서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며 누적 판매량 100만 장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고, 후속작 ‘Coffee Talk Episode 2’까지 연이어 출시되며 안정적인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감성적인 스토리와 접근성 높은 게임 디자인이 장기 흥행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모지켄 스튜디오(Mojiken Studio)의 ‘A Space for the Unbound’는 대형 흥행작은 아니지만, 메타크리틱과 스팀 이용자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비평적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글로벌 게임쇼와 시상식에서 다수의 후보에 오르며, 인도네시아 인디 게임의 예술성과 서사 역량을 국제 무대에 각인시켰다.
스테어웨이 게임즈(Stairway Games)의 ‘코랄 아일랜드(Coral Island)’는 상업적 성과 면에서 특히 주목받는다. 얼리 액세스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으며, 누적 판매 100만 장 이상을 기록한 농장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성장했다. ‘스타듀 밸리’ 계열 장르에서 동남아 개발 게임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콘솔 시장에서의 성과가 눈에 띈다. 메트로노믹(Metronomik)의 ‘노 스트레이트 로즈(No Straight Roads)’는 콘솔 중심의 음악 액션 게임으로, 출시 이후 글로벌 누적 수십만 장 규모의 판매를 기록했다. 특히 콘솔 플랫폼에서의 안정적인 평가와 OST 인기가 장기 판매를 견인했다.
패션 리퍼블릭 게임즈(Passion Republic Games)의 ‘기가배시(GigaBash)’는 말레이시아 게임 중 가장 대중적인 흥행 사례로 꼽힌다. PC·콘솔 출시 후 꾸준한 업데이트와 DLC 전략을 통해 누적 판매 100만 장 규모에 근접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며, 고질라 등 유명 괴수 IP와의 협업은 글로벌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태국은 공포 게임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 이그드라질 그룹(Yggdrazil Group)의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 시리즈는 직접적인 판매량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스팀과 콘솔을 포함해 수백만 명 규모의 플레이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스트리밍과 영상 콘텐츠를 통한 파급 효과가 커, 태국 게임을 대표하는 글로벌 IP로 자리 잡았다.
유니크 스튜디오(Urnnique Studio)의 ‘타임라이(TimeLie)’는 대형 히트작은 아니지만, 스팀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이어간 작품이다. 퍼즐 장르 특유의 한계를 넘는 완성도로, 태국 인디 게임의 기술적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동남아 게임들은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실질적인 판매 성과와 글로벌 유저 기반을 점차 확보하고 있다. 대규모 AAA급 흥행작은 아직 드물지만, 50만~100만 장 이상 판매되는 IP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의 성장 단계가 한 단계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게임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게임은 여전히 온라인·라이브 서비스와 모바일 장르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PC·콘솔 싱글 플레이와 중형 프로젝트 영역에서는 경쟁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동남아 개발사들은 낮은 제작비와 빠른 개발 속도, 그리고 지역 정체성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틈새를 정확히 공략하고 있다.
2026년 이후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이 기존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에 더해 장르 다양성, 문화적 개성, 중형 IP 육성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동남아 게임의 성장은 위협이기 이전에 분명한 신호다. 이제 경쟁 구도는 미국·일본·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치고 올라오는 동남아 게임 개발사들.
2026년의 출발선에서, 한국 게임 산업 역시 더 넓은 시야와 긴장감을 갖고 이 변화에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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