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슈퍼셀의 CEO 일카 파나넨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4년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회사의 장기적 비전과 게임 개발 철학을 공유했다.
슈퍼셀은 15년 전 설립되었을 때부터 닌텐도와 블리자드와 같은 기업을 본보기로 삼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기억하는 훌륭한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파나넨은 오랜기간 플레이되고 영원히 기억될 게임을 만들 것이라는 야심 찬 비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인정했다. "스코어보드를 보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라"는 스포츠 격언을 들면서 즉각적인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2024년이 ‘브롤스타즈’와 ‘스쿼드 버스터즈’를 통해 성공의 환희와 냉혹한 현실을 동시에 경험한 해였다고 평가했는데, 그의 메시지는 기대를 넘은 성과와 새로운 도전 과제, 그리고 장기적 비전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을 담아내며, 슈퍼셀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 브롤스타즈: 역사적인 부활
출시 5년 차를 맞은 ‘브롤스타즈’가 2024년 전례 없는 부활을 이뤄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장에 대해, 슈퍼셀의 CEO 일카 파나넨은 이를 가리켜 “역사적인 부활”이라 표현했다. 그는 25년이 넘는 게임 업계 경력 동안 이와 같은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브롤스타즈’는 플레이어 수, 참여도, 수익 등 핵심 지표에서 2~3배, 심지어 4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브롤스타즈’의 성장이 더욱 주목할 만한 이유는, 2024년 초 슈퍼셀이 ‘브롤스타즈’를 최우선 과제로 두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슈퍼셀은 ‘클래시 오브 클랜’에 초점을 맞추며 ‘브롤스타즈’의 우선순위를 상대적으로 낮췄으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브롤스타즈’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성장 궤도를 그려냈다.
센서타워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브롤스타즈’는 전 세계 누적 매출 2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특히 한국은 전체 매출의 약 11.9%를 차지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2024년 3월에는 월 매출 8,43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 브롤스타즈 출시 이후 글로벌 누적 매출 성장 추이
파나넨은 이러한 성공이 단순한 행운이나 시장의 우연한 흐름이 아닌, ‘브롤스타즈’ 팀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플레이어 피드백을 반영한 끊임없는 개선과, 새로운 콘텐츠 및 이벤트 출시가 플레이어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롤스타즈’ 팀을 이끄는 프랭크 카이엔부르크는 게임의 성장 과정에서 얻은 몇 가지 견해를 공유했다. 그는 팀 규모의 확장이 가져온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위험을 감수하는 데 있어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팀의 확대는 대규모 신규 시스템 도입과 점진적 게임 개선을 병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그 결과 플레이어가 원하는 게임의 모습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회사가 설정한 비교적 완만한 성장 목표가 오히려 팀의 압박을 덜어주어 창의성과 의사 결정력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 브롤스타즈 x 토이 스토리 컬래버레이션 스킨 출시
‘브롤스타즈’의 2024년 성공은 게임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꾸준한 노력과 플레이어 중심의 운영, 그리고 팀의 자율성이 결합된다면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도 충분히 큰 성장과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2025년에는 더욱 풍성한 콘텐츠, 기술적 완성도 향상, 그리고 신규 시장 확대를 포함한 전략적 목표가 설정된 가운데, ‘브롤스타즈’가 또 한 번의 진화를 이뤄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스쿼드 버스터즈: 기대를 넘지 못한 현실의 벽
‘브롤스타즈’ 이후 슈퍼셀이 5년 만에 야심 차게 선보인 신작, ‘스쿼드 버스터즈’는 출시 전부터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 슈퍼셀의 유명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멀티플레이어 파티 액션 게임이라는 점에서 4천만 명이 넘는 사전 예약을 기록하며 슈퍼셀 역사상 가장 높은 사전 예약 수치를 달성했고, 출시 직후에는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등장하는 광고 역시 큰 화제를 모으며 ‘스쿼드 버스터즈’는 출시 초기, 엄청난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2024년, ‘스쿼드 버스터즈’는 기대와 달리 쉽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출시 후 7개월 동안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애플의 ‘올해의 아이패드 게임’상을 수상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일카 파나넨은 슈퍼셀 내부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 슈퍼셀의 CEO 일카 파나넨 (Ilka Paananen)
파나넨은 ‘스쿼드 버스터즈’가 겪은 어려움에 대해 "광범위한 어필 전략이 특정 플레이어층과 완벽하게 공감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라고 분석했다. 즉, 폭넓은 유저층을 겨냥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핵심 유저층을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의 핵심 재미를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유저들이 게임에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부족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파나넨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인정하며, 기존 인기 게임들이 대부분의 플레이 시간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신작 게임이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스쿼드 버스터즈’ 팀의 리더인 에이노 요아스의 의견을 인용하며,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출시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스쿼드 버스터즈는 베타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초기 지표를 얻었고, 애플과 구글의 높은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팀은 과도한 분석이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분석 마비’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고 밝혔다. 또한, 성공에 집착해 위험을 회피하는 기업이 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 플레이 시간의 60% 이상이 6년 이상 된 게임에 소비된다.
슈퍼셀은 지금까지 글로벌 출시한 모든 모바일 게임에서 100% 성공률을 기록해 왔다. 이는 분명 인상적인 성과지만, 일카 파나넨은 오히려 이 높은 성공률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실패가 두려워 충분한 모험을 감행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기업의 혁신을 위해 도전과 실험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파나넨은 “위험 감수가 ‘아웃라이어 성공’을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이라며, ‘스쿼드 버스터즈’ 팀이 보여준 과감한 결정이야말로 슈퍼셀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혁신과 성공을 이끌어가는 데 반드시 지켜야 할 정신임을 명확히 했다.
◈ 스파크: 슈퍼셀의 차세대 개발팀 육성
슈퍼셀은 2024년, 새로운 게임 개발 방식인 “스파크(Spark)”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스파크는 단순한 게임 아이디어 발굴이 아닌, 미래의 게임을 만들어낼 팀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다.
▲ 슈퍼넬의 차세대 팀 구성을 목표로 한 16주 스파크 프로그램
슈퍼셀은 “훌륭한 게임은 훌륭한 팀에서 탄생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아무리 기발한 게임 아이디어라도, 이를 실현시키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팀이 없다면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스파크 프로그램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재능 있는 개발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파크 프로그램은 유망한 개발자들을 한데 모아 팀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자유로운 개발 환경과 풍부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차세대 게임 시장을 개척할 핵심 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두 차례의 사이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5개의 신규 개발팀을 배출했다.
파나넨은 스파크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된 팀들이 창의적이고 과감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 밝히며, 이들이 앞으로 선보일 작품에 큰 기대를 보였다.
◈ AI, 혁신, 그리고 영원히 기억될 게임
슈퍼셀 CEO 일카 파나넨은 2024년 회고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이 게임 산업에 가져올 혁신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명했다. 그는 슈퍼셀이 AI 시대에 발맞춰 혁신을 주도하고, 플레이어에게 영원히 기억될 새로운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변화의 물결 속에서 도전과 혁신을 추구하는 슈퍼셀의 여정
슈퍼셀은 AI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AI를 활용한 새로운 게임 개발 및 기존 게임 개선에 힘쓰고 있다. 일카 파나넨은 “우리는 AI 기술이 게임 산업에 가져올 혁신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AI를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더욱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카 파나넨은 AI와 관련 기술이 혁신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지만, 기존 업계가 이를 간과하거나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태도를 보일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슈퍼셀 역시 AI 기반의 새로운 개발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는 흐름 속에서 기존 패러다임에 갇히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퍼셀의 AI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앞으로 슈퍼셀이 AI 기술을 통해 어떤 새로운 게임을 선보일지, 그리고 AI 기술이 게임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 걸 기자 (desk@hungryap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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