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급격히 성장하는 서브컬쳐 시장은 이제 게임 산업에서도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이런 흐름을 예측한 스마일게이트는 약 2년 전부터 스토브 인디에서 ‘두근두근 야심작’ 프로모션을 운영했으며 이를 통해 우수한 서브컬쳐 인디 게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그리고 2024년, 스마일게이트는 자사의 서브컬쳐 게임 3종을 비롯해 스토브 인디에서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은 게임 7종으로 AGF2024 참가를 선언했다. 특히 스토브 인디에서 선정한 게임 7종은 하나로 묶어 ‘러브랩’이라는 브랜드화를 시도했는데, 이는 이벤트와 굿즈 판매 등을 통한 창작자의 2차 사업 지원이라는 목적을 겸하고 있다.
실제로 스토브 인디는 많은 창작자들의 등용문이 되어 왔다. 유저들에게 게임을 알리는 것조차 여의찮은 소규모 인디 게임사들이 스토브를 통해 팬들에게 결과물을 선보이고 그 성과를 통해 다음 장착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 스마일게이트 측의 설명이다.
이번 AGF2024에 러브랩으로 참가를 결정한 이유는 두근두근 야심작 프로모션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저들에게 그 결과물을 선보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 스토브 인디는 지금까지의 로드맵을 AGF로 연결하고, 나아가 한국 게임시장의 저변 확장으로까지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 스마일게이트 여승환 이사는 “지금까지 스토브 인디는 서브컬쳐 문화와 잘 결합해 왔다”고 말하며, “이번 AGF2024를 기점으로 더욱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에는 스마일게이트 여승환 이사, 창작생태계지원팀 신선호 팀장, 컨텐츠프로모션팀 윤태진 팀장이 참석했다.
▲ 좌측부터 윤태진 팀장 / 여승환 이사 / 신선호 팀장
Q. 지금까지 스토브는 꾸준히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홍보해 왔다. 이제 자사에서 유통하는 이런 작품들을 ‘러브랩’이라는 브랜드로 묶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기대하는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 윤태진 : 첫 구상은 2022년이었다. 현재 스토브에는 다양한 서브컬쳐 장르가 있으며 그중에서 연애 시뮬레이션에 제법 많은 장르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AGF에서 ‘러브랩’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이기로 했다.
메인 타이틀이 ‘샤니양의 연구실’인데 연애와 연구실이라는 요소를 결합해서 ‘유저들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연애 세포를 연구’한다는 콘셉트로 행사를 진행하면 재미있을 거로 생각했다. 이 콘셉트에 맞는 타이틀 7종을 선정해 다양한 전시 체험과 이벤트를 선보인다.
히로인에 대한 애착의 마음을 시각, 촉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경험하고 확장해 나가는 것. ‘러브랩’은 이런 경험을 통해 IP를 확장하는 한편, 서브컬쳐 산업 전반에 걸쳐 “어떻게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일부 실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Q. 국내 인디 게임 외에도 해외 IP를 많이 들여왔다. 이런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으며 IP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고 있는가?
· 여승환 : 당연히 국내 서비스 기준을 만족하는 게임인가를 먼저 본다. 현재는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러브랩’이라는 이름으로 모으는 중이다. 인디 게임 창작자들이 만든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아무래도 라이트노블 장르가 많은 편인데 IP화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부분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도 계속 고민 중이다.
해외 쪽에서는 한 IP를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선정성 여부를 떠나서 높은 평가를 받은 IP라면 유저들에게 충분한 전달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IP 파워를 어느 정도 갖춘 작품 위주로 검토 중이다. 시나리오, 아트, 음악, 세계관 등 각자의 매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런 강점들이 국내 유저들에게 소개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 들 때 한국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팬들이 스토브에서 선보이는 게임에 새로운 기대감을 갖고 더 많은 IP에 대한 니즈가 생긴다면 국내 서브컬쳐 창작자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는 점을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Q. 현재 게임 플랫폼은 스팀의 점유율이 매우 높다. 창작자들도 스팀 독점으로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스토브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나?
· 여승환 : 이건 우리 쪽에서도 자주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결국은 우리 플랫폼만의 색깔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이렇게 발굴한 IP들이 우리 플랫폼의 성격을 만들고 새로운 유저 유치에도 도움을 줄 거라 판단하고 있다.
요즘에는 서브컬쳐 창작자들이 스스로 스토브 독점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스팀과 비교하면 체급은 작지만, 대신 스팀은 대작 게임 위주이기 때문에 인디 창작자 입장에서는 창작물의 노출 여부에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스토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창작자들이 있으니 그 부분을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
또한, 창작자와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스토브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IP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도 비슷한 사례가 존재할 것이다. 비록 스팀의 영향력이 크긴 하지만 100%는 아니다. 그 안에서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 볼 계획이다.
Q. 인디 창작자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온 것 같다. 혹시 서브컬쳐에 특화된 지원도 있는가?
· 신선호 : 현재까지 서브컬쳐에 특화된 지원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인디게임이 갖는 독창성에 대한 지원이 우리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나아가 생태계 확장까지도 염두에 두고 지원하고 있다. 스토브의 오리지널 브랜드화에 있어서도 서브컬쳐가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Q. 초기 스토브에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비주얼 노블이나 미연시의 비중이 높아진 것 같다. 혹시 특정 장르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 있는 건가?
·신선호 : 스토브 인디는 자율 입점 플랫폼이므로 우리가 딱히 장르를 선별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주얼노블이 많은 이유는 장르에 대한 속성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인디게임사는 아무래도 인력이나 리소스 면에서 자원이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 텍스트 시뮬레이션은 그런 점에서 접근성이 좋으니까 많이들 선택하시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인디 창작자들이 좀 더 부담 없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 여승환 : 어느 순간부터 창작자들이 스토브 인디를 많이 활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스토어에 입점하는 해외 게임은 대체로 스팀처럼 정석적인 형태로 이용하는 반면, 국내 게임사들은 우리 쪽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잘 이용하시는 것 같다. 텀블벅 펀딩을 할 때도 스토브 인디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더라. 특히 서브컬쳐 창작자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많이 보인다.
Q. 작년말 러브딜리버리2가 인플루언서와 얽히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창작자의 자유도 좋지만 이로 인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플랫폼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 여승환 : 당시에는 우리도 정말 놀랐다. 게임 출시 후에 그런 사실을 알게 됐는데, 창작자의 자유라는 게 참 어려운 문제 같다. 다만, 우리 쪽에서 사전 검열을 할 생각은 없다. 대신 창작자들이 슬기로운 데모 생활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 출시 전 자가점검을 받아보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아무래도 우리 쪽에서 너무 많은 것을 제안해버리면 창작자들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일은 창작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처리하고자 한다. 우리의 목표는 유저와 창작자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물론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처하고 있으니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하다.
Q. 현재 스토브의 서브컬쳐 게임 점유율과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 여승환 : 매출은 말씀드리기 어렵고 점유율은 스토브 내에서 대략 25~30% 정도 된다. 우리도 정확한 점유율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막연히 많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체크를 해보니까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
Q. 스토브 내 서브컬쳐 장르의 성장 폭에 대한 전망은?
· 여승환 :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서의 서브컬쳐 경험으로 미루어봤을 때, 현재 기준으로는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했을 때 대략 10배가량 성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실제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서브컬쳐 게임이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팀도 이런 부분까지 모두 커버하지는 못하는 상황인 만큼, 우리가 이 시장을 개척하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Q. 서브컬쳐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실제 연애는 줄어들고 있지 않나?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러브랩의 연애세포 활성화 테마는 이율배반적인 것 같은데?
· 윤태진 : 연애라는 키워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연애라는 건 결국 자신의 애정을 아낌없이 쏟을 수 있는 행위의 일종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서브컬쳐 분야에 쏟는 유저들의 애정 또한 연애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여승환 : 직접적인 연애의 대상이 아니라 연애세포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에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게임 속 히로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연애에 긍정적인 생각을 품게 된다면 연애세포가 활성화된 것 아닌가 싶다.
· 윤태진 : 러브딜리버리쪽의 반응을 보면, 히로인의 마음을 얻고자 자신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자극을 받은 유저들도 꽤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현실의 자신을 돌아보고 가꾸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Q. 에픽세븐이 스마일게이트 서브컬쳐 게임의 대표 격 아닌가? 그런데 BM 측면에서는 유저들의 평판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여승환 : 말씀하신 게임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메인 산업에 있는 게임들이 서브컬쳐를 잘 이용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스토브인디에서 말하는 서브컬쳐는 하나의 IP로서 발전하는 방향성을 뜻하는 것이므로 말씀하신 BM과는 결을 달리할 것이다.
모든 게임에 흥행에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지속적인 시도를 통해 서브컬쳐 장르에서 IP의 힘으로 성장하는 사례를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지속해 나가면 대중들에게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Q. 서브컬쳐 창작자들의 평가를 들어보면 스토브 인디에 대한 평이 꽤 좋다. 스토브인디쪽에서 개발자들에게 주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 신선호 : 서브컬쳐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 같다. 우리는 매년 천 명 정도의 창작자들을 만난다. 상담을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듣는데 가장 큰 고민이 자금적인 부분이고, 그다음이 게임을 개발할 때 객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테스터를 모집하는 것도 자금적인 문제와 연결되기에 주로 주변 지인들을 통해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창작자 본인을 포함해 지인들도 점점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평가에 대한 객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플랫폼 내에서 유저와 창작자들이 만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 이용자들을 상대로 테스트를 하고 피드백을 받아서 QA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프로모션 지원이나 이벤트 등도 필요하다면 신청할 수 있다.
· 여승환 : 스마일게이트 캠퍼스 지하에 토끼굴이라는 장소가 있다. 인디 게임사들이 입주해서 스마일게이트 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그런데 우연히 동일 기수에 서브컬쳐 게임들이 겹친 적이 있었다. 서로에게 큰 자극이 된 것 같더라. 같은 창작자들이 내는 시너지라는 게 정말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희한하게 최근에 두 작품이 스토브 인디에 동시에 출시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많은 부분을 지원하고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밥인 모양이다(웃음). 스마일게이트에서 주는 밥이 최고라고 하시더라.
Q. 서브컬쳐는 팬층이 공고한 반면 확장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을 확장하고 자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는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은 없는가?
· 윤태진 : 서브컬쳐 쪽에서 수익성이나 확장은 팬덤에 대한 문화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의 경우 음원이나 음반에서 시작해 콘소트, 팬미팅 등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이처럼 서브컬쳐 시장 또한 게임으로 시작해서 굿즈나 오프라인 이벤트 등을 통해 확장해나가는 게 중요할 듯하다.
스토브는 인디쪽 게임은 기본적으로 패키지 판매 방식이다. 그렇기에 게임 출시 후 아트북, 월페이퍼, OST 등 연관 상품을 통해 IP에 대한 애정을 다방면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프라인 행사의 경우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 코스어, 성우 등 팬심을 높일 만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환경을 마련해 나간다. 이러한 요소들이 서브컬쳐 시장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 신선호 : 스토브 인디에서 성장한 IP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위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는 부분도 고려하고 있다.
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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