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얕본 감이 없지 않다. 그간 수많은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해 온 호요버스인 만큼 행사의 퀄리티야 의심의 여지가 없다만, 자사의 대표 프랜차이즈를 한데 모은 단독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작년 AGF의 효오버스 부스 구성이 엇비슷한 형태였으니, 거기서 규모를 조금 더 키운 것이 호요랜드쯤 되리라 생각했다.
미니게임 좀 하고, 코스프레 사진 찍고, 무대 행사 구경하고, 한정 굿즈를 사고 나서 퇴장하는 익숙한 패턴. 이번에는 게임이 5개니 단순히 기존 오프라인 행사를 다섯 군데서 동시에 진행하는 느낌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현실은 좀 달랐다. 일단 즐길 거리가 제법 본격적이었고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다. 거기에 행사장 전반을 게임 속 풍경으로 꾸며 특별함을 더했다.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음식마저도 각 캐릭터에게서 곧바로 연상되는 메뉴로 구성해 놓았으니 아주 작정하고 콘셉트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 부스마다 각 게임에 맞는 콘셉트로 꾸며져 있었다
▲ 슬럼가 같은 느낌의 ‘젠레스 존 제로’ 부스
이번 행사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호요버스 테마파크’라 할 수 있겠다. 준비된 어트랙션만 다 돌아도 한나절은 훌쩍 지나가 버리는 수준이니, 방문하는 날 하루 정도는 작정하고 놀다 갈 생각으로 발을 들여야 할 것 같더라. 필자 또한 ‘붕괴: 스타레일’과 ‘젠레스 존 제로’의 팬인 만큼, 취재 목적의 방문이 아니었다면 유저들 사이에 껴서 함께 행사를 즐겼을 듯하다.
▲ 무대 행사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요 어트랙션의 대기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것과 굿즈가 금세 매진됐다는 점 정도? 특히 ‘원신’ 부스는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는 단순히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일 뿐, 행사 진행이 미흡하지는 않았으니 굳이 문제랍시고 꼬집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회전율을 높이면 내용물이 부실해지고, 내용물을 채우면 회전율이 낮아지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 아닌가.
준비된 굿즈가 오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대부분 매진됐다는 점에는 많은 유저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오프라인 행사의 백미는 단연 굿즈가 아닌가. 굿즈만을 목적으로 입장권을 구매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그러니 수량을 좀 더 넉넉히 준비했어도 됐을 법 싶다. 하다못해 온라인 예약이라도 받아줬더라면 서운함을 덜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간 쌓아온 노하우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굿즈존 운영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미련이 남은 표정으로 전시용 굿즈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유저들의 모습이 그리도 안타까워 보일 수가 없더라.
▲ 대기시간은 길지만 여러 종류의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빛바랜 진열품이라도 사고 싶다는 그 말이 참으로 안쓰러웠다
가장 인기를 끈 어트랙션은 ‘원신’ 부스의 ‘연극! 추리? 폰타인 탐정단 모집’이다. 참가자는 메로피드 요새에서 일어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상태에서 갖가지 사건을 거치며 누명을 벗기 위한 단서를 찾아야 한다. 대기 시간은 길지만 여러 코스가 연결된 구조인 만큼 온갖 미니 게임들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붕괴: 스타레일’의 ‘페나코니 몰입형 XR 체험’ 또한 ‘원신’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그 밖에도 숨은 종이새 찾기, 낚싯대로 솔글래드 병 세우기, 주머니를 던져 보스 퇴치하기, 주사위 던지기 등 다양한 미니 게임이 준비돼 있었다.
▲ [원신] 누명을 벗기 위해 단서를 모으는 콘셉트의 어트랙션
▲ [원신] 죄목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죄는 죄?
▲ [원신] 비둘기 몰살? 이건 진짜 죄 맞는 거 같은데???
▲ [스타레일] 원신 못지않은 인기 어트랙션 ‘페나코니 몰입형 XR 체험’
‘젠레스 존 제로’ 부스에서는 사격 게임, 그라피티 만들기 외에 실제 타이어를 굴려 핀을 쓰러뜨리는 독특한 볼링이 눈길을 끌었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휴게 공간이 아닌 부스에 카페가 마련돼 있었다는 점이었는데, 실제 게임에 등장하는 음료를 모티브로 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붕괴 3rd’는 ‘붕괴학당’이라는 테마의 부스를 선보였다. 부스는 학교 분위기로 꾸며져 있는데, 책상에 앉아 문제를 풀거나, 사물함에 숨겨진 쪽지를 몰래 읽어보거나, 실제 타자기로 주어진 문구를 타이핑하는 등의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ZZZ] ‘젠레스 존 제로’ 행사의 단골 코너 사격 게임
▲ [ZZZ] 직접 그린 그라피티로 카드도 만들어준다
▲ [붕괴] 주어진 문장을 타이핑하는 콘셉트의 미니 게임인데
▲ [붕괴] 무려 타자기로 입력해야 하니 쉽지 않음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무대에서는 시간대별로 코스프레 런웨이, 원신 라이브 퀴즈쇼, 젠레스 존 제로 타임어택, 붕괴: 스타레일 뽑기, 원신 성우 토크, 원신 미니 콘서트 외에 이번 행사의 한정 굿즈를 얻을 수 있는 럭키 드로우 까지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푸드존에서는 게임별 콘셉트에 맞춘 메뉴들을 판매한다. ‘젠레스 존 제로’의 버프 음식인 라멘부터 시작해서 엔비의 햄버거 같은 캐릭터 선호 음식이나 ‘붕괴 스타레일’의 캐릭터 부트힐의 말버릇인 “이런 족발”에서 따온 족발도 준비돼 있다. 심지어 유저들이 선데이를 부르는 별명인 영일이에서 따온 ‘영일이형네 닭날개구이’까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 팬들에게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다.
▲ 예상치 못한 영일이형에서 많은 유저들이 빵터졌다고 한다
굿즈존은 전시된 굿즈를 확인하고 QR 코드를 통해 온라인 주문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이기도 했는데,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순식간에 대부분의 굿즈가 매진될 정도였다.
그 밖에도 행사장에는 PS로 젠레스 존 제로를 플레이해 볼 수 있는 체험존, 직접 굿즈를 만들 수 있는 DIY존, 각종 굿즈와 2차 창작물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존이 준비돼 있다. 추가로 ‘미해결사건부’는 야외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해 포토존, 미니게임, 미사부고사 등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주말에는 실내 부스 운영이 마감된 후 야외에서 드론쇼와 코스프레 퍼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 퀄리티 높은 2차 창작물도 전시되어 있었다
▲ DIY 존에서는 직접 키링을 만들어볼 수 있다
▲ 야외 전시장에 마련된 ‘미해결 사건부’ 부스
오는 11월 3일까지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진행되는 ‘Welcome to 호요랜드’는 호요버스 최초의 프랜차이즈 통합 오프라인 이벤트다. 행사 첫날인 31일에는 평일임에도 1만 5천 여명의 인파가 방문할 정도로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모였다.
호요버스 관계자는 “호요버스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는 인사와 함께 “호요버스에서 서비스 중인 모든 게임이 총출동하는 특별한 축제인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니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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