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이하 소니)가 8년에 걸친 개발과 4억 달러(한화 약 5,500억원)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야심 차게 출시한 팀 기반 슈팅 게임 ‘콘코드’가, 출시 후 불과 14일 만에 서비스 종료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지난 8월 24일 PS5와 PC로 동시 출시된 이 게임은 첫날 스팀에서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697명에 불과하여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그 이후로 빠르게 이용자가 감소하며 실패를 예고했다.
▲최대 동접 700명 미만이라는 처참한 성적과 함께 역대 최단기간 서비스 게임 순위에 오른 ‘콘코드’
예상치 못한 시장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 소니는 결국 ‘콘코드’의 서비스를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 한국 시각으로 2024년 9월 4일 새벽, 소니는 공식 플레이스테이션 블로그를 통해 ‘콘코드’의 판매를 즉각 중단하고, 모든 구매자에게 전액 환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8년간의 개발과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 소니에게 이번 실패는 커다란 충격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게임 업계 전반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게임 시장의 위기는 여러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운영 난항, 반복적이고 고정된 게임의 틀, 막대한 개발 비용, 정치적 올바름 논쟁과 LGBT+ 요소를 둘러싼 논란, 그리고 플레이어들의 높아진 기대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로 인해 게임사들은 시장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게임 산업의 전반적인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을 과도하게 부각한 캐릭터 설정으로 크게 비판받았다
‘콘코드’ 역시 게임 내 캐릭터 디자인에 LGBT+ 요소가 과하게 반영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소니의 대표작인 ‘마블 스파이더맨’과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도 LGBT 캐릭터로 인해 논란이 있음에도 각각 2,000만 장, 1,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뛰어난 그래픽과 게임성 덕분에 논란을 뛰어넘는 큰 인기를 끌었다. ‘콘코드’의 실패 또한 단순히 LGBT+ 논란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게임의 완성도, 치열한 시장 내 경쟁 환경,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기대하는 수준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 경쟁 게임과의 차별화 실패
2016년,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등장하며 게임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해, ‘오버워치’는 TGA 올해의 게임상을 포함한 다수의 주요 상을 휩쓸며 팬층을 빠르게 확보한다.
이러한 성공을 목격한 여러 게임사가 비슷한 팀 기반의 슈팅 게임을 개발하며 뒤따랐고, 소니 역시 해당 장르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출시 당시 ‘롤’을 능가하는 PC방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오버워치’
잘 나가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소니의 오랜 과제였다. 이를 위해 Firewalk Studios라는 게임 개발사를 인수했고, ‘오버워치’와 유사한 팀 기반 슈팅 게임을 내놓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탄생한 게임이 바로 2024년 출시된 ‘콘코드’다. 그러나 8년이라는 개발 기간과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콘코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출시 후 불과 14일 만에 서비스 종료라는 뼈아픈 결말을 맞았다.
높은 게임 가격과 다양한 이슈, 특히 논란이 된 LGBT 콘텐츠의 유무를 떠나, 게임 자체가 충분히 재미있었다면 여전히 적잖은 유저들이 구매에 긍정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8년 전 출시된 ‘오버워치’에 비해서도 ‘콘코드’의 완성도와 게임성은 현저히 떨어졌고, 이는 치명적인 실패 요인이 되었다.
▲팀 기반 슈팅 게임들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확고한 입지를 지키고 있다
더욱이, 2016년과 달리 현재 게임 시장은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등 강력한 경쟁작이 다수 등장해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크게 넓어진 상태다. 이미 다양한 대전형 슈팅 게임이 포화된 상황에서, 신작에 대한 신선함이 예전만큼 크지 않으며, 이런 환경에서 시대에 뒤처진 게임성을 가진 ‘콘코드’는 유저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시장 트렌드와의 부조화
TGA 올해의 게임상 수상작인 ‘오버워치’와 전 세계 동시 접속자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발로란트’ 모두 무료로 제공되는 반면, ‘콘코드’는 유료 게임으로 출시했다.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이 과금 정책은 사실상 게임의 인기를 가로막은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비슷한 장르의 무료 게임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유료 진입 장벽을 둔 ‘콘코드’는 유저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콘코드’를 비롯한 여러 대작 게임들이 판매 부진에 시달리며, 현재 게임 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성공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포트나이트’, ‘오버워치’,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같이 이미 확고한 팬층과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굳건히 자리 잡은 기존 게임들이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가운데,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높은 유지 관리 비용 탓에 초반 성과가 저조할 경우 장기전으로 이어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3A 대작들이 갈수록 더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유저들은 다양한 게임을 경험하면서 기대치가 높아졌고, 반복적인 게임 구조에 대한 피로감도 커졌다. 반면, 최근 성공을 거둔 ‘매너 로드’, ‘데이브 더 다이버’, ‘팰월드’와 같은 신작들은 기존의 전형적인 게임 틀을 벗어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출시 1주년을 맞이하며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한 ‘데이브 더 다이버’
‘매너 로드’는 250만 장, ‘데이브 더 다이버’는 400만 장, 그리고 ‘팰월드’는 무려 2,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지나친 3A 대작 의존도에 대한 경고가 계속 제기된 가운데, 인디 게임이 부상하면서 게임 업계의 3A 의존도가 점차 낮아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 혁신을 요구하는 3A 게임 시장
최근 3A 게임 시장에서는 대형 타이틀의 흥행 실패가 이어지며 개발사들이 몸살을 않고 있다. 소니의 ‘콘코드’뿐만 아니라, 유비소프트의 ‘스타워즈: 아웃로’ 역시 대규모 개발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와 ‘스컬 앤 본즈’ 등 기존 작품에서도 유사한 오픈 월드 모델과 빈약한 콘텐츠로 인해 비판을 받아왔으며, 이러한 논란은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증폭시키고 있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특성상 장기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가 핵심이지만,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게임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 업데이트와 관리는 지속적인 유저 유입과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나,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단기적인 실패는 물론이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특정 게임 모델에 의존하는 개발사들은 반복적인 게임 플레이 경험으로 인해 플레이어들의 피로감을 유발하며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게임 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할 수 없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시장은 이제 다양한 장르와 접근 방식을 통해 더욱 혁신적이고 참신한 게임으로 발전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 걸 기자 (desk@hungryapp.co.kr)
등록순 최신순 댓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