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발전은 게임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이미 여러 게임사가 게임 개발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AI 기술은 글로벌화되어 가는 게임 시장에서 개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수 불가결인 요소가 될 것이다.
지난해 7월 ‘원재호’ 대표는 AI 게이밍 솔루션 개발사 앵커노드를 창립했다. 넥슨·네오위즈 등 한국 굴지의 게임사에서 25년간 게임 개발에 몸담아온 원 대표는 2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10여 명의 전문 개발자와 함께 앵커노드를 설립했다.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글로벌 중소 게임사를 대상으로 게임 제작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 AI 기술을 활용한 앵커로드의 두 번째 타이틀 <카드 오브 레전드>
오는 10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최초 공개하는 <카드 오브 레전드(Card of Legend)>는 앵커노드의 AI 솔루션을 적극 활용해 제작한 게임이다. 지난해 12월에 선보인 ‘브레드 베어’에 이은 자사의 두 번째 게임이다. 창립 5개월 만에 첫 게임을 출시하고 그 후 10개월 만에 전혀 다른 장르의 신작을 선보이는 셈이다.
<카드 오브 레전드>는 영웅과 천사가 힘을 합쳐 악의 세력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TCG(Trading Card Game)다. 정통 TCG 룰 기반에 미소녀 캐릭터를 더했고, 100장이 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카드와 PvP/PvE/로그라이크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 모드를 제공한다.
▲ PvP 뿐만 아니라 PvE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 TCG에서는 보기 드문 로그라이크 콘텐츠까지!
또한, 타 게임과의 차별화를 위해 ‘카드 성장’ 요소를 도입했다. 이는 TCG에서는 금기나 마찬가지인 행위다. 그러나 원 대표는 현재의 트랜드를 ‘성장’이라 판단했고, 최근 TCG가 부진한 이유가 “장르 특성상 이런 트랜드를 맞춰가기 어렵기 때문”이라 말했다.
과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시도다. TCG는 공평함을 전제로 하는 장르다. 같은 카드임에도 한 쪽의 성능이 더 좋을 경우 이는 곧 불합리로 다가온다. 스펙의 차이로 인한 불합리마저도 콘텐츠의 일환으로 취급되는 RPG와는 출발점부터가 다르니, RPG로 대표되는 성장 요소를 TCG와 접목하는 행위는 일견 불안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구조를 성립시키기 위해 원 대표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게임에서 뽑기 상품을 완전히 배제한 것. <카드 오브 레전드>는 처음 한 번만 구매하면 되는 일시불 방식으로 판매하며,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카드와 육성 재료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즉, 꾸준히 플레이하기만 하면 누구나 최고 등급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 TCG에 강화 시스템? 너무 위험한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
▲ BM에서 뽑기를 제외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모든 카드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게임사인 만큼 일러스트에도 AI 기술을 활용했다. <카드 오브 레전드>의 모든 카드는 컨셉 아트를 AI로 제작한 후 일러스트레이터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아직은 AI 일러스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큰 시기이건만, 그런 사실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공개했다는 점은 나름대로 호감이 가는 부분이다.
창립 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게임이자 앵커로드의 또 다른 AI 기술 포트폴리오가 될 게임. ‘원재호’ 대표를 만나 <카드 오브 레전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의외로 AI 그림이라는 인상은 옅은 편
▲ 일러스트의 퀄리티가 제법 괜찮은 수준이다
Q. <카드 오브 레전드>는 서브컬쳐 게임 유저들을 노리는 것 같은데, 해당 유저들은 AI 그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AI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점을 밝힌 이유는 무엇인가?
스팀 규정상 AI 이미지를 사용했다면 그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 물론 우리 쪽에서도 유저들에게 이런 부분을 솔직하게 공개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미지 생성 AI는 내부적으로 계속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만큼 퀄리티에 자신 있기도 하다.
Q. 일러스트 외에도 AI가 활용된 부분이 있는가?
UI 빼고는 대부분의 영역에 AI 솔루션이 적용됐다. 특히 BGM이 퀄리티 좋게 잘 나온 것 같다.
Q. <카드 오브 레전드>의 개발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대략 1년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우리 회사의 첫 번째 작품인 ‘브레드 베어’를 작년 12월에 출시했는데, 그전까지는 두 게임을 동시에 개발 중이었다.
Q. <카드 오브 레전드>의 핵심적인 재미 요소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숫자 1이 가치 있는 게임’. 모든 요소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맛볼 수 있다. 조금만 방심해도 패배할 수 있으니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요즘에는 자기가 알아서 돌아가고 유저는 구경만 하면 되는 유형의 게임이 많은데, “좀 더 게임다운 게임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Q. 과금 모델은 어떻게 되는가?
우리 게임에는 뽑기가 없다. 게임은 한 번만 구매하면 되는 패키지 형태이며, 플레이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게임 내에서 획득할 수 있다. 다만, 추후 시나리오 업데이트 등의 DLC 판매 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다.
Q. <카드 오브 레전드>는 영웅과 천사가 힘을 합쳐 악의 세력에 대항하는 세계관이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작가님께 미소녀 캐릭터가 많이 등장할 수 있는 세계관을 요청했다. 그런 구조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현재의 세계관이 만들어졌다.
Q. 그렇다면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도 준비돼 있는가?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모험모드를 통해 스토리를 접할 수 있다. 현재는 마왕성을 공략하는 부분까지를 오픈 스펙으로 잡고 있다. 스토리는 추후 DLC로 추가하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다.
캐릭터 같은 경우는 챗 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사용해 대화하는 느낌의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있다. 각 캐릭터의 성격이나 개성을 적용해 실제로 그 캐릭터와 대화하는 느낌을 살려보고 싶은데, 현재의 AI 수준으로는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려워서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다.
Q. 카드 강화 시스템이 있다 보니 개개인의 스펙에서 차이가 날 텐데 PvP 매칭 시 이런 부분도 고려되는 건가?
매칭은 각 유저의 성적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만약 자기보다 스펙이 좋은 상대와 자주 매칭된다면 그건 카드 스펙을 제외한 본인의 플레이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뜻이다.
Q. 카드 강화에 따른 성능 편차가 밸런스의 문제를 가져오지는 않을까?
근래 한국에서 개발된 TCG가 거의 없는 거로 안다. 이는 TCG가 성장이라는 최근의 트랜드를 따라가기 어려운 장르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말씀하신 것처럼 카드간의 밸런스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성장의 재미를 추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카드 오브 레전드>는 PvE 콘텐츠를 통해 보상을 받고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을 통해 초보 유저들도 게임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물론 카드 강화 시스템까지 고려해서 밸런스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스펙의 격차를 과금으로 메우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플레이하다 보면 누구나 최고 등급 카드를 가질 수 있다.
Q. 그렇다면 메인 덱 하나를 완전히 강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정확한 시간은 테스트를 해봐야 알겠지만, 패키지 게임의 기준에 맞는 수준으로 설정하려고 한다. 덱 하나에 최대 40장의 카드가 들어가는 데다 TCG 특성상 메타가 계속 바뀐다는 점까지 고려해서 카드 강화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게 하진 않을 것이다.
Q. 트레이딩 요소가 없는데 장르를 TCG로 부르는 이유는?
정확하게는 TCG가 아니라 CCG가 맞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식의 장르 구분이 희미해진 상태다. 그래서 유저들에게 가장 익숙한 용어인 TCG라 부르기로 했다.
Q. <카드 오브 레전드>가 목표로 하는 타겟층은?
TCG 유저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는데, 성장 요소를 불편하게 여기는 분들이 계실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기존 TCG 유저 외에 새로운 유저층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싶다.
Q. 미소녀를 강조한 것 치고는 특별히 돋보이는 부분이 없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향후 계속 보강해 나갈 예정이다. 오늘 보여드렸던 카드는 모두 낮은 등급이어서 연출이 심심한 편이었는데, 고등급 카드를 사용하면 연출이 좀 더 화려하게 나온다. 그 밖에도 미소녀 게임다운 스토리를 계속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Q. PvE 모드에서 AI의 실력이 상당히 좋아 보이는데 초보자에게는 어렵지 않을까?
만약 어렵게 느껴진다면 카드 강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성장 시스템이다. 난이도는 내부에서 많은 테스트를 통해 조절해 둔 상태이지만,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므로 유저 테스트 결과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더 쉽게 바꿀 수도 있다.
Q. 업데이트 주기는 어떻게 될까?
업데이트 주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TCG는 밸런스가 중요한 만큼 대다수의 게임이 큰 업데이트를 긴 주기에 걸쳐 출시하지 않나? 우리는 이미 AI를 활용한 가치 기반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서 타 TCG에 비해 업데이트 주기를 짧게 가져갈 수도 있다.
Q. 현재 스팀 페이지를 보면 한국어와 영어만을 지원하고 있는데 다른 언어도 지원할 계획이 있는가?
물론이다. 이번 테스트를 비롯해 꾸준히 지켜보면서 먼저 반응이 오는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언어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Q. 스팀 이외의 플랫폼으로 출시할 예정은?
모바일 버전을 고려한 적은 있다. 게임도 얼마든지 모바일로 출시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한동안은 스팀 서비스에 집중할 생각이다. BM도 철저하게 스팀에 맞춰져 있다. 만약 모바일로 출시한다면 시스템이나 BM 등의 요소를 모바일에 맞게 수정해야 할 것 같다.
Q.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가장 기대하는 점은?
딱히 서비스 국가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보니 어느 나라에서 가장 반응이 좋을지 궁금하다. TCG로서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만큼 유저들의 반응이 기대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열심히 만들었으니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스팀 넥스트 페스트 이휴 유저 유입을 위한 마케팅 방안은?
현재 디스코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커뮤니티를 살려 나갈 계획이다. 게임은 내년 초에 출시할 예정이고 그에 맞춰 여러 가지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카드 오브 레전드>를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앵커노드를 창립하면서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었다. AI 시대가 열린 덕분에 그것이 가능해졌다. 이제 두 번째 게임까지 만들었으니 이 툴을 공개해서 솔루션으로도 활용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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