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커맨드 앤 컨커’ 등 명작 RTS의 차세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온갖 게임들이 쏟아졌다. 게임을 접한 팬들은 경악했다. RTS장르의 이해도가 거의 없고 오직 유닛을 생산해서 내보내는데 급급한 게임. 이러한 게임들이 재밌을 리 만무하다. 속는 것도 한 두번이지 열 번 이상 반복되면 누가 이 장르를 선택하겠는가.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신작 RTS게임이 등장한다. 이름은 ‘템페스트 라이징’. 이번에도 그저 그런 게임이라 생각했다. 몇 번 게임을 해보면 감이 올테니, 빠르게 클리어하고 리뷰를 남기려했다. 그러나,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이번엔 달랐다.
어느 순간 지구연방군의 사령관에 몰입한 기자는, 시민들을 구하고, 소중한 유닛들을 아끼며, 온 맵의 자원을 먹어가면서 대규모 군단을 구성해 1진을 보내서 방어진을 파괴하고, 2진을 보내서 적 심장부를 타격하며, 3진을 보내서 지원군으로 오는 적들을 방어했다. 그 순간 본진에 엘리전을 거는 녀석들을 때려잡기 위해 모든 병사들을 귀환시켰고, 본진 체력바가 빨간색이 되기 전에 모두 쳐리한 뒤 승리 마크를 띄웠다.
▲대규모 공습을 시작하라!
이제 참을 수 없다. 완벽한 승리를 원한다. 모든 캠페인을 정주행하면서 템페스트 놈들을 효율적으로 때려잡을 방법을 연구한다. APM을 끌어 올리기 위해 안하던 연습도 하기 시작하고, 좀 더 효율적인 편제를 꾸리기 위해 생산 시스템과 빌드를 연구한다. 정신을 차려 보니 약속한 리뷰날이다. 이제 지휘관모를 내려 놓고 키보드를 두들길 차례다.
명작 RTS의 향기가 솔솔
게임은 가상의 세계를 그린다. 미국과 소련간 제 3차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세계는 핵전쟁으로 잿더미가 된다. 그런데 잿더미 속에서 괴생명채가 꿈틀거린다. 명칭은 템페스트. 이들을 상대로 인류는 하나가 돼 전쟁을 벌이는 듯 했다. 단지, 그 템페스트가 막대한 에너지를 보유한 자원이었고, 이를 악용하는 무리들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반전된다.
▲지구 연방의 한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싸우거나
지구연방은 이를 활용해 막대한 애너지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을 크게 발전시킨다. 문제는 지구 연방의 독점. 이에 반발한 한 조직이 지구 연방에 맞서 들고 일어 선다. 지키려고 하는 자, 평등을 부르짖고자 하는 자, 그리고 그 속에서 음모를 꾸미는 자들이 격돌한다. 저마다 믿음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으로 향한다.
▲템페스트의 일원으로 평등을 위해 싸운다
게임은 유명 RTS를 연상케하는 냄새를 풍긴다. 이 장르의 시초인 ‘DUNE’의 작법과도 유사하며, ‘커맨드 앤 컨커’의 요소, ‘스타크래프트’의 요소 등 다양한 RTS게임들의 장점을 모두 따와 게임에 접합한다. 탱크와 병과를 조작한다는 점에서 기본 느낌은 ‘커맨드 앤 컨커’와 유사하다. 게임 템포와 전략성 등은 ‘스타크래프트’를 떠올릴 법 하다. 그 외에 크고 작은 명작들에서 영감을 받아 그들만의 방식으로 제작한 요소들이 게임에는 대거 숨어 있다. 이를 활용해 입맛대로 즐기는 게임을 떠올린다면 이 게임과 유사하다.
완성도 높은 캠페인에 감탄
캠페인은 소규모 유닛 집단들을 사용해 미션을 수행하면서 점점 고난도 미션에 도전하게 된다. 처음에는 소규모 유닛이 주어저서 상대를 쉽게 제압 가능한 수준이다. 그런데 점점 단계가 올라가면서 과정이 복잡하다. 각 유닛들을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상대와 교전해야 클리어가 가능한 상황들이 속출한다. 단순히 체력 낮은 아군을 뒤로 빼는 것과 같은 콘트롤에서 유닛 편제와, 타격 장소, 지형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상대와 대결해야 한다.
▲소규모 병력을 파견해 주어진 미션을 성공하는 캠페인
이 때 각 유닛의 능력들이 빛을 발한다. 처음에는 비교적 복잡해 보이나, 점점 유닛의 특성을 익히게 되면 효율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약 1.5배수 상대 병력도 쉽게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유닛의 특성은 막강하다. 이를 활용해 각 부대들을 조합하는 방법을 배우고, 상대 조합을 카운터 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수 있도록 게임은 안배한다.
각 캠페인은 긴박하게 돌아간다. 특정 미션을 수행하는 도중에 곳곳에서 사고가 터지며, 지휘관인 유저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가진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대응해야 한다. 소수 병력을 급파해 게릴라를 할 수도, 화력전을 펼쳐 섬멸전을 시작할 수도, 빠른 속도로 전장을 이탈하는 퇴각 작전을 펼 수도 있는데 모두 유저들의 선택에 따라 달려 있다.
▲무기고와 교리에서 패시브를 업그레이드 한다. 통신반경(건설반경)과 체력회복 등 기능적인 면을 업그레이드 가능하다
캠페인 중반 이후에는 서서히 메인 기지와 생산 라인업이 늘어나면서 가용한 플레이 스타일도 갈린다. 장르 특성상 가능한한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더 많은 병력을 생산해 상대를 끊임없이 두들기면 승리하는 것은 동일하다.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관계로 점점 효율적인 설계를 떠올리고, 더 빠른 속도로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전술등을 고려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손에 땀을 쥐는 멀티 플레이
이 과정을 거쳐 유닛을 이해하고, 조작법을 배웠다면 이제 멀티플레이에 도전할 차례다. 멀티 플레이에는 RTS고수들이 넘쳐나는 듯 각기 다른 플레이 패턴으로 유저를 압박한다. 기자는 처음에 병영을 위주로 선발해 바이오닉 러시를 계획해 상대와 교전하기 위한 전략 위주로 선정했다. 상대를 체크한다음 병영을 최대한 근접하게 지어 상대가 확장을 위주로 진행할 때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이 통용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찰이 늦기 때문이다. 빠르게 테크를 올려 돌격형 차량들을 보유하고 진입해서 자원 유닛을 기습하는 전략을 막을 수 없었다.
▲각 기체별로 다른 특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데,
이를 계속해서 습득하고 중요할 때 사용하면서 전투를 이어 나가야 한다
두 번째는 역시 메카닉을 위주로 편성해 상대를 처리하는 전략을 잡았다. 빠르게 테크를 타고 차량 6기를 생산해 러시 타이밍을 잡는다. 상대에게 진입하는 순간. 놀랍게도 탱크 2기에 모든 병력들이 파해 된다. 편제에 따라 상성이 존재하며, 이 상성이 최대 1기가 3개까지도 상대할 정도로 밸런싱이 잡혀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 장기전을 준비한다. 우주 방어를 꿈꾸듯 기지를 온갖 방어시설로 도배하자 상대가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일종의 비전을 돌리면 해당 지역에 건물을 건설 가능한데, 이를 통해 몰래 멀티를 곳곳에 먹어둔다. 상대가 본진 두들기에 심취해 있을 때 멀티에 비행장을 건설하고, 공대지 유닛을 12기 생산한다. 뮤탈 짤짤이를 하듯 상대 진영을 넘나들면서 포격하자 겨우 승리를 받으낼 수 있었다.
▲힘겨울 때 아군의 고공지원이 터지면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게임은 다양한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며, 플레이 방식에 따라 여러 재미를 줄 수 있는 설계다. 비교적 컨트롤은 쉬운 편인 대신, 조합과 유닛 능력 활용, 배치가 어렵다. 여러 상성이 물고 물리는 관계로 조금 복잡한 경향이 있으나, 여러 판 즐기면서 테스트 해보는 맛이 있었다.
RTS의 부활을 알리는 명작 탄생
‘템페스트 라이징’은 오랜만에 날 밤을 지새우게 만드는 RTS게임이었다.
고등학교 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연습장에 빌드를 써내려가면서 패턴을 짜던 그 느낌이 떠오르는 게임이다. 강인한 전차의 생동감, 원거리 포격을 꽂아 넣을 때 쾌감, 럴커를 심듯 매복을 하고 상대가 모르고 지나갈 때 기습하는 쾌감 등이 머릿속에 진하게 남는다. 이 때의 비주얼과 감각은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더 최적화된 게임 플레이를 연구하고, 시행해보고, 새로운 유닛들의 성능을 실험해 보는 재미는 확실했다.
▲아군 기지를 습격하는 정체모를 녀석들과의 사투, 처절한 디펜스와 목표를 향한 공격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적절할 때 위기 상황을 연출해주는 캠페인과, 이를 돌파하면서 느끼는 쾌감 역시 훌륭하다. 이와 함께 시원한 메탈 BGM이 귓가를 때린다. 아군 전차와 지대공 미사일의 포격이 음악의 드럼소리 처럼 시원하게 들린다.
템페스트 라이징은 RTS를 오랜 시간 동안 플레이 해 본 유저들에게 적합한 게임이다. 조작감, 깊이, 완성도 모든 부분에서 RTS마니아들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캠페인 기준으로 각 진영당 약 7~10시간동안 플레이 하게 되며, 이후에는 멀티플레이로 합을 맞추게 된다. 캠페인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우나, 진정한 재미는 멀티플레이에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장르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이라면 게임이 어려울 수도 있다. 게임을 즐기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점만 염두에 둔다면, 이 게임은 장시간동안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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