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오락실에 가면 익숙한 배경음의 테트리스를 꼭 볼 수 있었다. 아타리에서 제작, 출시한 게임이지만 조금 당황스럽게도 아타리는 이 테트리스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아타리는 자신들이 제작한 게임에 대한 권리가 없는 것일까?
◈ 펜토미노
테트리스의 모티브가 된 것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유래된 펜토미노라는 퍼즐이다. 이름은 모를 수 있지만, 이미지를 보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퍼즐이다. 펜토미노의 블록은 다섯 개의 정사각형으로 구성된다는 것이 네 개의 정사각형으로 구성되는 테트리스와 다른 점이다.
펜토미노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다섯을 뜻하는 pente와 조각을 뜻하는 mino를 합성한 단어다. 두 개의 조각은 도미노라고 부르며, 네 개의 조각이라는 뜻은 테트로미노로 테트리스의 어원이 되었다. (뒤에 붙는 is는 테니스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 펜토미노
구(舊)소련의 프로그래머 알렉세이 파지노프는 펜토미노에서 영감을 받아 테트리스를 제작했다. 원래는 펜토미노처럼 5개의 조각을 연결한 블록을 사용하려 했지만 구현하기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조각 하나는 줄여 제작한 것이다.
▲ 테트리스의 아버지 ‘알렉세이 파지노프’
◈ 공산주의 국가 국민의 한계
테트리스가 기네스북에 ‘가장 많이 이식 된 게임’과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모바일 게임’으로 등재되어 있다. 또한, 테트리스 관련 게임은 7억 장 이상 판매됐고 휴대전화로 다운로드 된 횟수는 10억 건 이상으로 알려졌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시리즈와 함께 역대 인기 게임 1, 2위를 다투는 인기 시리즈다.
알렉세이 파지노프는 소련 과학 아카데미 소속이었고 소련은 공산주의 국가로 개인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테트리스의 저작권은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아닌 소련의 과학 기술원이 소유하고 있었다. 그가 저작권을 되찾은 것은 소련이 붕괴하고 4년이 지난 1995년이었다.
▲ 기네스북에 테트리스가 등재된 두 가지 항목
이것 외에도 테트리스 관련 항목은 7개가 더 있다.
◈ 저작권은 안드로메다로...
테트리스의 저작권이 꼬이게 된 첫 번째 사건은 안드로메다 소프트웨어(이하 안드로메다)의 판권 판매였다. 영국계 헝가리 회사였던 안드로메다는 테트리스를 발견하고 대박을 예감했다. 문제는 안드로메다가 판권을 취득하지 않은 채로 판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PC용 판권은 스펙트럼 홀로바이트, 콘솔용 판권은 미러 소프트에 각각 판매했다. 당시 안드로메다는 소련과의 협상을 진행하기도 전이었다. 이후에 소련으로 넘어가서 협상하려 했지만, 공산주의 국가였던 소련과 협상하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실패했다. 이때 판권을 취득했어도 이전에 판권을 판매했던 행위는 모두 인정받을 수 없다.
테트리스의 판권 아닌 판권을 사들인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와 미러 소프트는 테트리스를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었다. 또한, 미러 소프트는 이 판권 아닌 판권을 텐겐에게 팔았는데 텐겐은 아타리 쇼크로 잘 알려진 아타리의 자회사였다. 판권의 소유원이 회사의 이름처럼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있었다.
◈ 아타리 테트리스
텐겐은 1988년 아타리 테트리스를 출시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오락실에서 자주 볼 수 있던 테트리스가 바로 아타리 테트리스다. 아타리는 이후에 세가에 판권을 판매하고 세가에서 출시한 테트리스 또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공전의 히트를 거둔 아타리 테트리스 이후 텐겐 테트리스를 출시한다. 텐겐 테트리스는 패미컴으로 출시됐으며, 패밀리 테트리스라고 불렸던 그 작품이다. 아타리 입장에서는 연타석 홈런을 날렸지만, 아타리는 결과적으로 이 두 작품 때문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안드로메다를 제외하고 아무도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판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폭발하게 된 것이다.
▲ 텐겐 테트리스, 합팩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 닌텐도와 아타리의 분쟁
아타리 테트리스를 본 닌텐도의 관계자는 1989년에 정식으로 판권을 사들인다. 사실상 테트리스의 첫 판권 판매라고 할 수 있는 일이다. 닌텐도는 이 판권을 바탕으로 닌텐도 테트리스를 출시했는데 이를 본 아타리는 닌텐도를 제지하고 나선다. 닌텐도는 자신들이 진짜 판권을 들고 있다고 응수했다.
▲ 3,500만 장이 판매된 닌텐도의 게임보이용 테트리스
이런 와중에 텐겐 테트리스가 출시됐고 닌텐도는 아타리를 정식으로 고소한다. 1심에서 닌텐도가 승소하고 텐겐 테트리스는 전량 회수됐는데, 이때 회수, 파기된 카트리지는 26만 장에 달한다고 한다. 아타리는 항소했지만 2심, 3심까지 모두 패소한다. 1993년 최종적으로 패소하면서 아타리 테트리스에 대한 단종명령이 내려지고 아타리는 결국 테트리스 관련 사업을 모두 포기하게 된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아타리 테트리스와 텐겐 테트리스지만 대부분 불법복제 버전이었다. 이로 인해 아타리가 테트리스로 벌어들인 수익은 유명세에 한참 못 미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타리 측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안드로메다에게 사기를 당한 셈이 되었으니 말이다.
▲ 닌텐도는 지금도 꾸준히 테트리스를 출시하고 있다.
◈ 테트리스 컴퍼니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던 때문인지 현재 테트리스의 판권에 대한 것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테트리스 컴퍼니는 1990년대 말부터 유럽, 미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저작권 소유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03년에 한게임과 넷마블 등 게임포털에서 서비스 중이던 테트리스가 모두 서비스 종료됐다. 이후에 한게임에서 비용을 내고 서비스를 했지만, 현재는 종료된 상태다.
저작권만이 아니라 테트리스의 표준화 작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정식으로 테트리스를 서비스하는 게임들은 테트리스 컴퍼니에서 제시한 표준 룰 안에서 제작해야 한다. 표준 룰은 가로 10줄, 세로 20줄,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보이기, 테트로미노의 색상, 초당 1프레임씩 이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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